거울 앞에서 머리를 싹둑 자른 꿈, 빗질을 했더니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진 꿈, 물에 머리를 감던 꿈,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허리까지 길어 있던 꿈. 머리카락 꿈은 유난히 실감이 나서, 깨고 나서 손이 저절로 머리로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옛 풀이에서 머리카락은 몸에서도 특별하게 여긴 자리였습니다. 잘라도 아프지 않고 다시 자라는 것, 나이와 건강이 드러나는 것, 매만지는 데 품이 드는 것 — 그래서 머리카락을 기운과 마음가짐에 빗대어 이야기해 왔습니다. 머리를 손질하는 일은 마음을 추스르는 일과 같다고들 하였지요.
한 가지 먼저 말씀드립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꿈을 두고 몸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드리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의료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그럴 자리도 아닙니다. 몸에 마음이 쓰이신다면 그건 꿈이 아니라 병원에서 여쭤보실 일입니다. 여기서는 옛사람들이 이 꿈을 마음의 이야기로 어떻게 풀어 왔는지만 전해 드리겠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꿈
가장 많이 오는 꿈입니다. 그리고 옛 풀이에서 꽤 좋게 보아 온 꿈이기도 합니다.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끊어 내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오래 끌던 일을 정리한다, 마음을 고쳐먹는다, 미련을 내려놓는다는 쪽으로 읽어 왔습니다. 실제로도 마음이 복잡할 때 머리부터 자르는 분들이 많지요. 꿈도 비슷한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누가 잘랐는가를 갈라 보았습니다. 내가 스스로 잘랐다면 내 뜻으로 정리하는 것이라 시원한 꿈으로 보았고, 남이 내 머리를 함부로 잘랐다면 내 뜻과 상관없이 무언가가 깎여 나가는 느낌이 비친 것으로 보았습니다. 자르고 나서 후련했는지 아까웠는지도 중요한 실마리입니다. 아까웠다면 아직 놓지 못한 것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풀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꿈
가장 놀라시는 꿈입니다. 손에 한 움큼 잡히거나 베개에 수북한 모습을 보고 깨면 마음이 철렁하지요.
옛 풀이에서는 이를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보았습니다. 나쁜 일이 온다는 예고가 아니라, 요즘 애쓰는 일이 많아 지치셨다는 마음이 그렇게 모양을 갖춘 것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잠을 설치시거나 신경 쓸 일이 몰려 있을 때 이런 꿈이 자주 보인다고들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 꿈은 겁내실 꿈이 아니라 쉬라는 쪽으로 읽으시면 되는 꿈입니다. 빠진 자리에서 다시 머리가 나 있었다면, 옛 어른들은 지나가는 때라고 더 밝게 풀었습니다.
머리를 감는 꿈
물에 머리를 감거나 감고 나서 말리는 꿈입니다. 옛 풀이에서 씻는 행동은 대체로 좋게 보았고, 머리를 감는 것은 그중에서도 마음을 씻어 내는 자리로 여겼습니다.
물이 맑았는지도 짚어 보았습니다. 맑은 물에 시원하게 감았다면 묵은 걱정이 정리되는 때로 보았고, 물이 탁하거나 제대로 씻기지 않았다면 씻어 내고 싶은데 아직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감고 나서 머리가 가벼웠다면 그 자체로 좋은 꿈입니다.
머리가 길어지는 꿈
짧았던 머리가 어느새 길어져 있거나, 자고 일어나니 훌쩍 자라 있는 꿈입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데는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옛 풀이에서는 이를 쌓이는 것, 길어지는 것에 빗대었습니다. 오래 이어 온 일, 시간이 붙어 가는 관계, 조금씩 늘어 가는 실력 같은 것들이지요. 대체로 나쁘지 않게 보았습니다.
다만 너무 길어서 거추장스럽거나 엉켜서 빗질이 안 됐다면 결이 다릅니다. 그때는 늘어놓은 일이 많아 손대기 버거운 때로 보아, 하나씩 풀어 가시라는 이야기로 풀었습니다. 흰머리가 보이는 꿈은 세월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읽었고, 흉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상황별로 정리하면
| 꿈속 상황 | 예부터 전해 온 풀이 |
|---|---|
| 내가 스스로 머리를 자름 | 내 뜻으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자리로 보았습니다 |
| 자르고 후련함 | 미련을 내려놓았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
| 자르고 아까움 | 아직 놓지 못한 것이 남아 있다고 보았습니다 |
| 남이 함부로 잘라 줌 | 내 뜻과 상관없이 깎여 나가는 느낌으로 보았습니다 |
|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짐 | 요즘 지치셨다는 마음이 비친 것으로 풀었습니다 |
| 빠진 자리에 다시 남 | 지나가는 때라고 밝게 보았습니다 |
| 맑은 물에 머리를 감음 | 묵은 걱정이 정리되는 자리로 보았습니다 |
| 물이 탁해 개운치 않음 | 씻어 내고 싶은데 아직 남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
| 머리가 길어져 있음 | 시간이 쌓여 가는 일로 대체로 좋게 보았습니다 |
| 엉켜서 빗질이 안 됨 | 벌여 놓은 일이 많아 버거운 때로 보았습니다 |
| 흰머리가 보임 | 세월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읽었고 흉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
| 머리를 곱게 땋거나 묶음 | 마음을 추스르고 매무새를 잡는 자리로 보았습니다 |
꿈을 적으실 때의 요령
머리카락 꿈은 내가 한 행동과 깨고 난 뒤의 기분이 풀이를 가릅니다.
짧게 적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머리 빠지는 꿈 꿨어요.
이렇게만 적으시면 "빠지는 꿈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정도에서 이야기가 멈춥니다.
같은 꿈을 이렇게 적어 보시면 어떨까요.
아침에 세수하다가 머리를 쓸었는데 손가락 사이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딸려 나왔습니다. 세면대에 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거울을 봤는데 겉으로는 별로 표가 안 나서 이상하다 싶었고요. 누가 볼까 봐 얼른 물로 씻어 내리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깼는데 한동안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장소, 눈에 보인 모양, 내가 한 행동, 남의 눈을 의식한 대목, 깨고 난 기분까지 들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훨씬 결이 맞는 이야기를 드릴 수 있습니다. 잘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본 대로만 적어 주세요.
마무리하며
머리카락 꿈은 유난히 몸에 가까운 꿈이라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꿈은 무엇을 예고하는 꿈이라기보다, 요즘 내 마음이 어느 정도로 힘을 쓰고 있는지 알려 주는 꿈에 가깝습니다. 자르는 꿈은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고, 빠지는 꿈은 쉬고 싶은 마음이고, 감는 꿈은 씻어 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해몽은 정답이 아닙니다. 같은 꿈을 두고도 옛 책마다 풀이가 다르고,
무엇보다 그 꿈을 꾼 분의 요즘 사정에 따라 달리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