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나오는 꿈, 왜 좋게 보아 왔을까요

관리자 · 2026-09-17 00:09 · 조회 3

간밤에 똥 꿈을 꾸고 아침에 좀 민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꿈,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반기던 꿈입니다. 꿈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똥 꿈 꿨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던 그 분위기, 어르신들께 들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왜 하필 똥을 좋게 보았을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소박합니다. 예전 우리 살림에서 똥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밭에 뿌리는 거름이었습니다. 집집마다 모아 두었다가 논밭에 내었고, 그것이 곧 그해 곡식이 되었습니다. 똥이 많다는 것은 거름이 넉넉하다는 뜻이고, 거름이 넉넉하면 수확이 좋다는 뜻이었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똥은 불어남과 넉넉함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하나, 꿈 풀이에는 예부터 뒤집어 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깨어 있을 때 꺼리는 것일수록 꿈에서는 반대로 본다는 것이지요. 더럽다고 피하는 것이 꿈에서는 귀한 것이 된다는 이 뒤집기가, 똥 꿈을 반기게 된 또 다른 까닭입니다.

미리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옛사람들이 그렇게 풀이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똥 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고 단정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옛이야기는 옛이야기대로 즐기시되, 오늘 하루는 오늘의 마음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똥을 밟은 꿈

가장 흔하고, 또 옛 풀이에서 가장 좋게 본 갈래입니다. 발로 밟았다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닿았다는 뜻이라, 스쳐 지나간 것이 아니라 내 몫이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길을 가다 무심코 밟았다거나, 신발에 잔뜩 묻었다거나 하는 꿈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꿈속에서 기분이 나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고" 하면서 당황했던 쪽이 더 실하다고 보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 놀람이 클수록 닿은 것이 크다고 여긴 것이지요.

몸에 묻은 꿈

손에 묻었다, 옷에 묻었다, 온몸에 뒤집어썼다 — 이런 꿈도 옛 풀이에서는 밟은 꿈과 비슷하게 좋게 보았습니다. 특히 온몸에 묻은 쪽을 더 크게 여겼습니다. 닿은 면이 넓을수록 넉넉하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묻은 것을 곧바로 씻어 냈는지, 그냥 두었는지입니다. 씻어 내 버렸다면 손에 들어온 것을 스스로 놓아 버리는 모습으로 풀기도 했습니다. 그냥 두고 태연했다면 받아들인 것으로 보았고요. 나쁘다 좋다를 가르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그렇게 비쳤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똥을 치우거나 퍼내는 꿈

변소를 치웠다, 삽으로 퍼서 옮겼다, 막힌 것을 뚫었다 — 이런 꿈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옛 풀이에서는 묵은 것을 덜어 내는 자리로 보았습니다. 오래 마음에 얹혀 있던 일, 미뤄 두었던 일을 이제 정리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치우고 나서 속이 시원했다면 그 정리가 잘 마무리되는 쪽으로,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면 아직 짐이 남아 있다는 쪽으로 읽었습니다. 뒤쪽이라 해도 겁내실 일은 아닙니다. 요즘 마음이 좀 무거우시구나, 그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충분합니다.

변소에 빠지는 꿈

놀라서 깨시는 분이 많은 꿈입니다만, 옛 어른들은 이 꿈을 아주 좋게 보셨습니다. 빠졌다는 것은 온몸이 그 안에 들어갔다는 뜻이니 닿은 정도가 가장 크다고 여긴 것입니다. 빠졌다가 스스로 기어 나왔다면 더 좋게 보았습니다.

무섭고 더럽고 당황스러운 꿈이 어째서 좋은 꿈이 되는지, 처음 들으시면 갸우뚱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꿈 풀이의 오래된 맛이기도 합니다.

상황별로 정리하면

꿈속 상황예부터 전해 온 풀이
길에서 똥을 밟음내 몫으로 닿았다고 보아 좋게 풀었습니다
손이나 옷에 묻음닿은 면이 넓을수록 넉넉하다고 보았습니다
온몸에 뒤집어씀옛 풀이에서 가장 실하게 본 갈래입니다
묻은 것을 씻어 냄들어온 것을 스스로 놓는 모습으로 읽기도 했습니다
변소에 빠짐놀랍지만 예부터 아주 좋게 본 꿈입니다
똥을 퍼내어 치움묵은 것을 덜어 내는 자리로 보았습니다
치워도 끝이 없음아직 마음에 얹힌 짐이 남았다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냄새가 몹시 심했음기운이 짙다고 보아 흠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꿈을 적으실 때의 요령

민망하다고 대충 적으시면 풀이도 대충 나옵니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편하게 적어 주셔도 됩니다.

짧게 적은 예입니다.

똥 꿈 꿨어요.

이러면 "똥은 예부터 좋게 보았습니다" 하고 끝나 버립니다.

같은 꿈을 이렇게 적어 보시면 어떨까요.

어릴 때 살던 집 뒷마당이었습니다. 어두운데 발밑이 물컹해서 내려다보니 온통 똥이었고 발목까지 잠겨 있었습니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신발이 벗겨졌습니다. 겨우 기어 나와서 수돗가로 갔는데 물이 안 나왔습니다. 깨고 나서도 한참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장소, 상황, 내가 한 행동, 그리고 깨고 난 기분까지 들어 있습니다. 씻으려 했는데 물이 안 나왔다는 세부 하나만으로도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무리하며

똥 꿈은 우리 옛사람들이 살림을 어떻게 꾸렸는지가 그대로 담긴 꿈입니다. 거름이 곧 밥이던 시절의 마음이 오늘까지 이야기로 남은 것이지요. 그 마음을 전해 드리는 것이 이 글의 몫이고, 무엇이 이루어진다고 약속드리는 자리는 아닙니다.

꿈에서 찾은 숫자를 함께 알려 드리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재미로 보시는 것이고, 어떤 결과도 약속드리지 않습니다. 해몽은 정답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입니다. 간밤 꿈이 민망하셨다면 오늘은 그냥 한 번 웃고 넘기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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